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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개

9월 총행복포럼

한국의 중독 유병률, 다른 나라의 2~3배

한국의 중독 유병율(전체 인구 가운데 중독과 관련해 의사의 진료를 받은 사람 수)는 6% 정도로, 보통 2% 안팎인 다른 나라의 2~3배에 달한다. 한국인이 이처럼 중독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경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술을 권하는 문화”를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 슬로베니아에 이어 알코올 소비 세계 2위 국가다. 서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가장 흔한 중독이며, 우울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과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9월 총행복포럼이 9일 오후 7시, 서울 서초동 국민총행복전환포럼 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국인의 불행과 중독’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서경현 교수는 한국건강심리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중독상담학회장으로 활동 중인 ‘중독 전문가’다. 이날 강의는 비대면 화상회의(ZOOM) 방식으로 생중계되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재미있고 즐겁다고 느끼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삶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과 중독은 어떻게 다를까. 서 교수는 “어떤 물질 또는 행위에 중독되었는지 여부는 중독의 세 가지 특징을 포함하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중독의 특징은 ①강박적 사용 ②조절능력 상실 ③나쁜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사용 등이다. 서 교수는 이 가운데 세 번째 특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것을 너무 많이 하면 다양한 결과가 초래되는데, 그 결과가 해롭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계속하면 중독”이라는 것이다.

알코올, 담배, 인터넷(게임), 도박, 마약 등을 포함해 국내 중독자 수는 약 800만 명에 달한다. 중독자의 가족을 포함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이 직접, 간접적으로 중독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서 교수는 “중독은 개인적으로 불안장애와 우울증, 질병을 유발하고 가정을 파탄내며, 사회적으로는 범죄와 생산성 저하 등 여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가 ‘중독’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독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과제로 ①중독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 ②중독문제를 관리하는 통합기구 마련, ③관련 공무원의 전문성과 연속성 확보, ④실무 영역에 중독 전문인력 배치 등을 꼽았다.

강연 전문

안녕하세요? 서경현입니다. 삼육대학교에서 올해 20년째 교수로 있어서 이번이 40번째 학기인데, 39번째와 40번째 학기는 수업을 대면으로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직접 뵙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웃음) 저는 현재 한국중독상담학회장이고요, 한국건강심리학회장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했습니다. 건강심리학은 신체건강과 긍정심리학을 함께 다루기 때문에 행복과 웰빙에 대한 논문이 많이 실리는 곳이 건강심리학회입니다. 그리고 학교 부설 연구소로 웰빙건강심리연구소를 맡고 있어요. 여기서 웰빙은 주관적 행복감입니다.

오늘 제가 중독에 대해 이야기를 할 건데요, 제가 중독을 연구하게 된 이유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데 가장 위협하는 요소가 중독이라는 생각에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행복에 관심이 있다보니까, 이렇게 국민총행복전환포럼이 있다는 사실에도 반갑기도 하고 놀랐습니다. 제가 몇 년 전까지 지방행정연수원에서 9~10개월 정도 연수받으시는 분들 행복 강의를 줄곧 했어요. 오늘은 ‘중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중독의 어원은 ‘사로잡히다, 노예가 되다’

오늘 중독이 과연 무엇이고, 사람들을, 우리 사회를 얼마나 불행하게 하느냐 하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불행하니까 중독이 되기도 하지만, 오늘은 중독에 빠져서 불행해지는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과연 중독은 무엇일까요? 중독, 어딕션(addiction)이라고 하는 것은 라틴어 애티케레(addicere)라고 하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사로잡히다, 노예가 되다’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2019년 10월 29일에 방송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여기 주인공 아이가 문방구 앞에서 인형뽑기를 하다가 당첨이 된 거예요. 그런데 그 쾌감 때문에 여기에 빠지고…저희 대학 때 당구 많이들 쳤는데, 처음 배워서 당구에 빠지면 누워서 천장 보면 당구대에 공이 왔다가 갔다 하잖아요.(웃음) 이 주인공 아이도 밤새도록 인형뽑기 생각을 하고, 언니 돈 있는 걸 몰래 가져다가 뽑기를 하고..그러다가 다행히 나중에 빠져나오는 걸로 결론은 나는데요. 그 과정이 정확히 우리가 살면서 무언가에 빠져들 때, 중독될 때 상황과 똑같습니다.

중독은 긍정적 중독도 있습니다. 기부하는 것, 남 돕는 데 중독되는 건 좋은 중독이죠. 그럼 뭐가 나쁜 중독이고 문제가 되는 중독이냐, 이걸 알아야겠죠.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릴게요. 우리가 콩나물국에 중독될 수 있을까요?

중독은 ‘남용’과 ‘의존’이 포함된 개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라고 나옵니다. 이건 독성에 대한 부분만 언급돼 있을 뿐 의존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중독은, 다음사전에 중독을 치면 나오는 말인데요. 좀 전문적인 내용입니다. ‘심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습관을 형성시키는 무엇인가에 비정상적으로 내성이 생기고 의존하게 되는 상태’라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에 중독이 돼서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나면 신체, 심리, 직업 같은 것에서 ‘기능의 손상’이 일어나는 거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남용’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심각하냐 안 하냐는 본인이 볼 때는 안 심각한 데 주변사람들이 보기엔 심각해요. 학생으로서 부모가 볼 때는 문제인데, 본인은 게임 많이 안 한다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게임중독은 아이가 학교를 한두 번 지각했을 때, 음주운전 한번 걸렸다고 하면 이건 심각한 손상이라고 보고, 남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외부의 기온이 낮아도 체온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무언가 자극이 오면, 거기에 대응해서 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걸 항상성, 항등성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지각항등성도 있어서, 사과가 클럽처럼 조명이 현란한 곳에서 보면 빨간색으로 안 보이는데도, 우리는 그 사과가 빨간색이라고 인식합니다. 물질이, 알코올이 처음 몸에 들어왔을 때는 두 잔만 마셔도 기분이 좋은데 나중에는 반 병, 한 병…이렇게 점점 많이 마셔야만 효과가 있는 거죠. 아니면 도수가 높아져야 이전과 비슷한 기분을 느낍니다. 마약도 처음엔 100불짜리를 사면 3번을 했는데, 나중에는 150불어치는 사야 하루 한 번 기분 좋은 겁니다. 우리 몸이 적응을 해서 그런 겁니다. 어떤 물질이 많이 들어와도 내가 이상행동을 안 하도록 몸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나와주면, 우리가 그걸 살짝 줄이게 되거든요. 환각제 같은 경우는 굉장히 빨리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술과 담배는 좀 늦은 편입니다.

우리 몸에 한 2년 동안 알코올과 니코틴이 들어와서 몸이 거기에 적응을 했는데, 안 들어오면 어떻게 됩니까? 금단증상이 생기죠. 윈도우98 쓰다가 2000 나와서 썼는데, 적응이 안 돼서 98로 다시 돌아가려면 프로그램 다시 깔고 아주 복잡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계속 안 들어오면 몸이 다시 변합니다. 변하기 전에는 그걸 하려는 갈망이 굉장히 크고, 그 갈망이 신체적 심리적으로 의존이 되는 ‘중독’이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의학적 중독은 독성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서 부적응적인 인지와 행동결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인톡시케이션(intoxication)이라고 하는데, 이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중독과는 좀 다릅니다. 어딕션(addiction)은 의존과 남용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그럼 중독과 재미의 차이는 뭘까. 정선에 내국인 카지노가 있지요. 거기 중독 관련 연구하시는 분들이 조사를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재미만 느끼고 갑니다. 90% 이상이 재미만 느끼고 가는데, 이게 반복되고 힘들어지고 심각한 사람들이 일부 있는 거죠. 그렇다면 재미와 중독의 영역은 분명 따로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이게 재미, 레저의 영역이 있다고 해도 한번 만들어 놓으면 없애기가 힘들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실 없애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재미와 중독을 구분하는 것은 3C가 있습니다. 하나는 강박적으로 사용하느냐, 두 번째는 조절능력이 상실되는 것, 그리고 이게 중요합니다. 나쁜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느끼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사용할 때.

낚시를 어디까지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재미있게 부부가 함께 즐기면 상관이 없는데, 낚시 때문에 가정불화가 심해서 이혼하고 직장생활을 못한다든지 하면 중독인거죠. 어떤 것을 너무 많이 하면 다양한 결과가 초래되는데, 그 결과들이 해롭다면 중독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콩나물국에는 우리가 중독될 수 있을까요? 콩나물국에는 거의 중독이 안 됩니다. 그런데 개념상 중독 상황을 만들어본다면 이렇습니다. 콩나물국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신흥종교에 빠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종교가 우주의 질서와 하모니를 연구하는데, 가장 조화로운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음악을 거의 숭배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중 한 사람이 음악이 우리한테 이렇게 숭고한 존재니까 우리 음표와 비슷하게 생긴 콩나물은 먹지 말자고 금지하는 거죠. 그런데도 콩나물국을 좋아하는 그 사람이, 몰래 몰래 먹어요. 그럼 콩나물국 중독인 겁니다. 에이, 그거 하지 말자!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는데, 못 그만두는 거죠.

물질중독과 행위중독, 그리고 중독장애

중독 중에 대표적인 것이 약물중독입니다. 향정신성 약물에 중독되는 건데요.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 가운데 합법적인 것이 있습니다.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이것 말고 불법물질이 마약이죠. 코카인, 필로폰, 아편, 대마, 마리화나, LSD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건 왜 불법일까요? (대학 강의하다 이렇게 물으면) 학생들은 “몸에 나쁘잖아요”라고 답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물질들은 몸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카페인은 많이 먹으면 심장에 무리가 가고, 알코올은 간이 나빠지고 그러죠? 그래서 많이 못합니다. 몸이 안 좋으니까. 그런데 불법물질(마약)은 몸에는 상관이 없고, 오로지 정신에만 상관이 있습니다. 술은 마실 때 기분 좋고 깰 때는 기분이 나쁘고 힘들잖아요? 그런데 마약은 전혀 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자기조절이 전혀 안 돼요. 그래서 이거 합법화하면 사회가 완전히 망가집니다. 아무도 일도 안 하고 어떻게든 하려고 하니까 완전히 폐인 되는 거죠.

중독성이 있다고 하면 대부분 ‘물질’인데, 미국에서 정의한 중독성 물질에는 물질 말고 행위로 도박이 포함됩니다. 게임도 논의가 됐는데 아직 들어가진 않았어요. WHO 질병체계 분류에 2019년 5월에 게임중독을 포함시킬 건지, 그래서 치료의 대상으로 볼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중독자 만들 수 없다고 반대하고, 또 우리나라는 게임산업이 워낙 크니까 쉽지가 않았죠. 그래서 우리는 게임은 보류되고, 2013년에 도박장애만 질병(중독장애)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로 물질적인 것만 생각하는데, 사실 행위중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합니다. 일 중독 같은 경우는 성과를 내는 것에만 계속 집착하는 거죠. 이런 행위중독도 물질중독처럼 문제가 있는데도 그만두지를 못하는 겁니다. 또 행위중독도 물질중독과 똑 같은 뇌의 작용이 이루어지고요.

정신장애 진단의 기준이라고 하는 DSM-5에서 물질 관련 장애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물질사용장애가 있고 물질 유발성 장애가 있습니다. 물질사용장애는 중독성이 있는 특정한 물질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다양한 부적응 증상이 초래되는 건데 여기에 카페인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물질 유발성 장애는 특정한 물질을 사용해서 부적응적 후유증이 초래되는 건데 물질중독, 물질금단, 물질 유발성 정신장애, 예를 들면 음주로 유발되는 우울증 같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행위중독에는 도박, 인터넷 게임, 쇼핑, 성, 일, 관계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는 도박만 DSM-5에 해당된다고 아까 말씀드렸고요.

 

 

그럼 우리는 왜 중독이 될까. 우리 뇌에서 기저핵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가 뭘 하게끔 하거나 안 하게끔 하는 영역입니다. 도파민이 너무 많이 나오면 정신분열증환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이상한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이 됩니다. 너무 안 나오면, 파킨슨병이 됩니다. 행동을 시도하게 만드는 호르몬이 도파민이에요. 그래서 파킨슨병 환자들은 어떤 행동을 시도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계단을 첫 발만 닿으면 올라갈 수 있는데 그 하나를 못 올라가는 겁니다. 원래 나이가 30~40대가 넘어가면, 흑질의 세포가 0.5~1%가 줄어드는데요, 30%가 줄어드는 시점부터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납니다. 행동을 하게끔 하는 건 전전두피질이 하는데, 선조체에 기저핵, 그 가운데 미상핵피질이 우리의 행동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그걸 자극하는 게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경우는 도박을 해서 돈을 땄을 때, 필로폰이나 코카인을 흡입해서 도파민 분비가 촉진될 때, 또는 성관계 중에 사정을 하거나 오르가즘을 느낄 때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파민은 불안할 때 진정효과를 내는 역할도 합니다.

 

한국사회 중독 유병율이 높은 까닭은?

한국의 중독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알코올, 도박, 주식, 성, 게임..이런 것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접근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유병율이 높고요. 우리가 중독자는 약 800만 명, 가족 포함하면 개입 대상은 약 2천500만명 정도 된다고 봅니다. 국내 연구자들이 조사한 걸 보면 한국의 중독 유병율은 6%, 다른 나라는 2~3%여서 우리가 두세 배 높습니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국민의 절반이 직간접적으로 중독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중독이 사람을 어떻게 불행하게 만드느냐, 불안장애를 일으킵니다. 진정제를 계속 먹으면 약이 없으면 불안하고 나중엔 약이 있어도 불안합니다. 알코올은 대표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하고요. 알코올로 유발된 우울증은 우울증이 좀 경증 상태라고 해도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아주 위험합니다. 새벽까지 술 마시다가 아침에 죽는 경우, 생각보다 많아요. 우리나라 자살률이 엄청 높습니다. 사망원인이 한국은 암이 1위, 미국은 심장질환이 1위인데, 미국은 자살이 7위, 8위인데 우리는 2위가 자살이에요. 앞서 우리사회 일중독 성공중독 이야기했는데, 그것도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요. 중독과 자살은 굉장히 관계가 높습니다. 그리고 중독은 신체질병을 유발하고 학업능력을 떨어뜨립니다.

가정에는 부부싸움, 가정폭력, 완전히 가정이 해체됩니다. 상담하기 위해서 만나는 사람들 보면, 집안이 난리가 나는 경우 많습니다. 사회는 폭력과 범죄가 많이 이루어지고, 범죄는 가해자가 술을 안 마셨어도 피해자가 술을 마시는 식으로, 음주와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생산력 저하, 파산, 사회경제적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하지요. 신문마다 109조다, 200조다 이야기를 하는데, 불법도박 같은 경우는 75조, 합법도박에 비해서 엄청나게 큰 규모지요.

중독의 폐해와 정부의 대책

 

중독이 이렇게 개인과 사회를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데, 우리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2000년도에 알코올상담센터를 개소하고 2003년부터는 법무부와 수강명령제 협약을 맺고, 2017년부터는 전문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전국에 50곳 만들어졌습니다. 알코올 상담으로 시작했지만 전국에 마약, 도박, 인터넷도 같이 합니다. 담배 중독은 우리 정부가 2000년대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아서 담뱃값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해서 보건소 금연클리닉 운영하고 금연상담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마약은 2017년에 마약퇴치운동본부와 중독재활센터가 12곳 생기고 21개 치료보호기관이 지정되면서 더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박중독이 문제입니다. 경륜, 경정, 경마, 소싸움…중앙정부 지방정부에서 이런 시설 운영해서 이걸 재원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평창올림픽 유치할 때 IOC에서 계속 문제가 됐던 것이 올림픽시설에서 도박장을 운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사리(경정장)이 계속 문제가 되고 경쟁국에 공격의 빌미가 됐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시설도 유지보수하고, 엘리트 선수들 육성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따고 하기 때문에, 이런 시설은 한번 만들면 없애기가 어렵습니다. 강원랜드는 중독자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이, 카지노는 3무(無)라고 해서 창문, 시계, 거울이 없습니다. 근데 강원랜드는 세 가지가 다 있어요. 중독을 줄이기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썼고 접근성 같은 경우도 정선군 주민들은 일주일에 한번 들어와야 하고 하는 규정도 있고 합니다. 그래도 근처에 가면 상당히 피폐해져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있는 시설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하나 더 만들자고 하면 반대를 하는 겁니다. 한번 생기면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태국이 관광의 천국, 가면 놀 데가 엄청나게 많다고 하면서도 왜 카지노는 없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도 접근성을 아주 어렵게 해놓고요, (라스베거스 카지노에) LA 주민들은 못들어갑니다. 우리나라도 도박문제관리센터 개소하고, 여러가지 노력을 많이 하고는 있는데 최근에 인터넷 도박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저도 계속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 중독도 갈수록 심각해져서, 인터넷중독대응센터가 전국에 17개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10개 부처가 합동실태조사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꽤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잘하고 있는 나라이긴 한데,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중독매체에 대한 접근성 차단은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 한국에도 담배자판기가 설치된 적이 있는데 그때 학생들이 담배를 쉽게 사서 문제가 됐습니다. 그때는 접근성 차단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거죠. 또 싱가폴이 그런 것처럼, 중독문제는 통합기구를 마련해서 관리하는 게 좋고,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자주 보직이 바뀌는데 전문성과 연속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무영역에서 중독 전문인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산업적으로 성장하면서 우리 어릴 적에 맛보지 못했던 음식도 많고, 재미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런데 중독에 빠지게 되면,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내 행동을 내가 직접 결정하고 움직여야 행복을 느낍니다. 어디 끌려간다고 느껴지면 행복하지 않습니다. 중독이 되면 자기 행동의 주인이 자기가 아니게 됩니다.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질의 응답

Q.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별히 더 심각한 중독을 보이는 것이 어떤 분야이며, 우리나라 중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왜 이렇게 높은가.

A. 우리나라가 독특한 것이, 동양의 알코올 중독 유병율은 대개 서양보다 낮다. 대만 같은 경우는 우리의 6분의 1, 일본은 밥 먹으면서 늘 맥주를 마시는 것 같은데도 알코올 유병율이 우리보다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동양인데도) 미국의 두 배나 된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분해효소가 미국인에 비해 잘 분비가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런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음주를 권하는 문화, 흥이 있는 것 같다. 흡연율은 높았는데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고, 게임중독은 우리가 높은 이유가 12살 이하 아이들은 보호자가 계속 지켜보고 못하게 하는데, 우리는 좀 허용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질문하시면서 우리나라가 독특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술 소비량이 슬로베니아에 이어 세계 2위이다. 결론적으로 동양은 전반적으로 낮은데. 우리가 알코올 소비량과 알코올 중독 유병율이 높은 ‘독특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Q. 도시환경과 중독은 어떤 의미있는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나. 개인적으로는, 자연보다 인위적이고 산업지향적인 문명도시에서 무언가에 중독되는 경우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A. 당연히 그렇다. 도시가 중독물질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건강심리학 분야에서는 중독을 완화하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부분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서 하는 활동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세계적으로 행복도 조사를 하면 경제적으로 선진국인 우리나라보다 필리핀이나 남미 같은 곳이 행복하다고 나온다. 연구해보니까 환경적으로 소확행을 잘 느끼는 지역 사람들은 아난다마이드라는 신경세포 역전달물질이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로토닌은 항우울 물질이다. 또 엔도르핀은 많이 움직여야 활발하게 분비되는데 도시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으니까 그런 영향도 있다고 본다.

Q. 중독은 막아서 풀 수 있는 것이라서 또 다른 중독거리로 출구를 만들어줘야 할 텐데 이미 어른들은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다양하게 노는 방법을 키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A. 치료전략으로 볼 때, 어떤 중독이든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좋은 치료 방법이다. 다른 쪽에서 도파민을 나오게 하고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명상 같은 걸 해보는 것이다. 문제는 일으키지 않으면서 한 가지에 빠질 수 있게 하는 것, 흔히 매니아라고 하는 긍정적인 중독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런 대체활동을 주지 않으면 잠시 억제할 뿐 효과가 없다.

Q. 참여정부 때 검찰이 한게임 수사를 했었는데 사회적 파장이 워낙 크고 당시 포털들의 힘이 워낙 세서 처벌 대신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설립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요즘 보니까 어린 학생들이 도박을 접하는 계기가 한게임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A. 게임이라고 되어 있으면서 아이템 구입하고 하는 형태가 사실상 도박과 똑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게임이 너무나 많다. 아이들이 그런 게임을 통해서 도박에 익숙해지는 것이 문제고, 또 요즘은 불법 인터넷 도박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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