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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개

7 월 총행복포럼

요즘 아이들 불행의 비밀: 부모-자녀 일체화 사회에서 행복은 가능한가?

 

2020년 7월 총행복포럼이 8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요즘 아이들 불행의 비밀: 부모-자녀 일체화 사회에서 행복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두 시간 가냥 강의했다. 강의 내용을 녹취해 소개한다._편집자

저는 봉천동에서 ‘성장학교 별’이라는, 정서적인 어려움이 큰 아이들과 함께하는 학교를 19년째 운영하고 있고요. 정신과 전문의인데, 세부전공이 지역사회 정신보건이나 자살예방과 같은 사회적 주제와 관련된 사회정신의를 전문의 초기부터 쭉 해서, 그동안 제일 제가 많이 한 것이 ‘센터장’입니다.(웃음)

서울에서는 강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을 2000년부터 했고, 경기도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을 2008년에 잠깐 하고, 다시 2012년부터 2016년초까지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경기도 센터장이어서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 대한 요청을 받고, 안산 세월호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을 초기에 맡았습니다. 또 복지부에서 중앙심리부검센터라고, 자살 유가족들만 만나서 운영하는 센터가 있는데 그곳 센터장을 하고, 지금은 서울시에서 자살예방센터장을 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2000년에 취득했는데,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 센터장을 6개월 정도만 안 하고 계속했어요.(웃음)

저는 지역사회 청소년 정신보건사업을 계속하면서 청소년 분야 일을 많이 했어요. 소년교도소도 근무를 해보고 소년원 근무도 해보고요. 이것으로 소개는 마치고, 강의 시작하기 전에 노래 하나 들으려고 합니다.

노래 | 휴이x해녀 <교문 앞 병아리: 대가리 박고 자살하자> 들으러 가기 클릭  (*유튜브에서 검색한 후 성인인증 하면 들을 수 있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아동 청소년 자해문제

지금은 이 노래가 성인인증을 해야 들을 수 있게 바뀌었는데요, 2018년 말까지도 성인인증 없이도 초등학생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중학교 1~2학년이 된 아이들은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컸다는 겁니다. 청소년들 사이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케이블 방송 중에 <고등래퍼>라고 있습니다. <고등래퍼> 노래 중에서 빈첸하고 김하온이 같이 부른 <바코드>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바코드>가 영수증의 바코드를 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의미로는 손목 긋기로 인한 자해상처가 일자로 나게 되면 그게 바코드와 비슷하다고 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바코드 하냐?” 하면 ‘자해하느냐?’는 뜻인데, 당시 두 사람이 부른 노래는 가사 안에 자해를 상징하는 글귀가 있어요. 빈첸도 김하온도 집이 상당히 어려웠던 아이들인데, 본인이 자해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하고 그랬죠.

네이버나 구글에서 자해/자살을 검색하는 검색통계, 요즘은 로그인하고 검색하면 통계가 나오거든요. 자해라는 말로 로그인을 해서 검색을 하는 십대 여성이 2018년 3월부터 올라가기 시작해서 7월에 가장 많이 폭주해서 학교 선생님들이 깜짝 놀랐어요. 한반에 30명인데 그 중에 6~7명, 특히 여학생 중심으로 자해를 한다, 초등학생도 하고 고등학생도 한다. 그래서 이듬해인 2019년 교육부와 함께 자해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를 해보니까, 10~15% 주로 여학생들이 자해를 하면서 지낸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올해는, 작년 통계 보고 올해 통계 보니까 이제 고착화된 것 같습니다. 연령은 더 내려와서 여고생은 조금 줄었는데 여중생, 초등학생으로 내려와서 손목 긋기, 팔뚝 긋기, 허벅지 긋기를 하는 거죠. 사혈이라고 해서 조금 깊이 그어 가지고 피를 흘리는 걸 말합니다. 이렇게 피를 봐야 정신이 맑아진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자해 검색하고 포스팅 얼마나 되는지 보면 다 나옵니다. 자해하는 아이들끼리 트위터를 통해서 공유하고 연대합니다. 스스로 ‘자해러’라고 불러요. 자해러들의 세계는 자해계. 자해계에서 자해러로 살고 있는 10~15% 여학생들이 있다. 그게 현실입니다.

우울한 아이들은 우울계에 살고 있죠. 우울계에 사는 우울러가 있고. 야동세계, 즉 색계에 사는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그렇게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특별히 찾습니다. 자해를 굉장히 잘하면? 프로자해러가 되는 거죠.

요즘 아이들 이해하기

 

 

 

 

 

 

 

 

 

 

 

 

 

 

출처: 김현수 교수 강의자료 <요즘 아이들 이해하기: 모자 일체화 속에서 크는 불행한 아이들>

 

어떤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그랜드 캐니언에 갔더니 아이는 오히려 자기는 그런 곳에서 크지 않았다. 위대한 자연이 아니라 와이파이 숲에서 컸다. 그래서 비싼 돈 들여서 멀리 가서 자연의 신비를 보여줘도 아무 감흥이 없다고 하는 거죠. 아버지는 왜 이걸 보고도 느끼는 게 없느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서로 싸웁니다. 그렇게 요즘 아이들은 와이파이 숲에서 큽니다.

또 혼자 크는 아이들이 많죠. 요즘은 양가외동인 아이도 있습니다. 친가와 외가 쪽에 사촌형제가 아무도 없는 거죠. 제가 만난 한 아이는 삼촌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평생 살고, 외삼촌 외숙모는 행복하게 살기로 결정해서 인간을 낳지 않고 강아지를 낳아서 키우고요.(웃음) 양 가문에서 떠받들어서 키우다 보니까 아이가 본인이 황태자인 줄 알죠. 선생님에게 욕을 해서 제가 상담을 하게 됐는데, 선생님에게 욕을 한 이유는 선생님이 바닥에 있는 걸 주우라고 해서. 나한테 감히! 그래서 선생님께 막 퍼부어서 그 선생님께서 거의 쓰러지셨다고 해요.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본인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렇게 주변과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거죠.

요즘 아이들은 웬만하면 트라우마예요. 그런데 스스로 말하는 트라우마 말고도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동기에 학대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미국에서는 (이 연구가) 20년이 되어가는데 ‘에이스(Adverse Childhood Experience, ACE: 부정적인 아동기 경험)’ 스터디라고 하죠. 미국 사람들의 행복을 가로막은 가장 큰 사건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아동 관련 전문가들은 에이스라고 얘기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정서적 학대, 신체적 방임, 정서적 방임, 이렇게 다섯 개와 알코올 아빠, 마약 아빠, 아빠가 엄마를 학대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 부모가 정신질환으로 아이 잘 못 챙겨준 것, 부모가 이혼하거나 별거해서 아이들끼리만 지내는 버려진 경험이 있는 것, 이 10개 중에 아동기에 겪은 개수가 어른이 됐을 때의 삶과 관련이 있느냐, 결과가 다르냐를 전향적, 후향적으로 다 연구했는데 개수에 따라 정말 삶의 결과가 달랐죠. 18살 이전의 부정적 경험은 삶의 질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아동기 학대경험이 하나도 없는 사람하고 6개 이상인 사람과 평균수명 비교해 봤더니 학대받은 사람이 평균수명이 훨씬 짧더라. 자살은 5천배 차이가 난대요.

또 요즘 학교에서 제일 힘든 아이가 누구냐 하면, 울기 시작했는데 한 시간 이상 우는 아이. 또 한 번 화가 폭발하면 책상을 집어 던지고 해서 이 아이를 말리는 데 선생님 두셋이 와서 반나절을 보내야 한다, 이런 아이들이 있어요. 요즘은 신체폭력은 금세 걸리니까 관계를 공격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출처: 김현수 교수 강의자료 <요즘 아이들 이해하기: 모자 일체화 속에서 크는 불행한 아이들>

컴퓨터 X세대, 인터넷 Y세대, 스마트폰 Z세대, 지금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알파세대라고 부른다고 해요, 세대 연구하는 학자들이. X세대는 컴퓨터 네이티브, Y세대는 인터넷 네이티브,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르고, 알파세대는 인공지능 네이티브라고 해요. 특징은 기계에 기반한 문명을 가지고 자라는데, 다른 문명은 다른 사람을 만드는 거죠. 대학교에서 선생님이 필기를 안하고 스마트폰만 보는 학생에게 너는 스마트폰에 팔이 달렸냐? 이렇게 물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 녹음된 것이 다 타이핑된다. 누가 이 시대에 필기를 하느냐”고 말하는 아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요즘 아이들 사진 보면 다 ‘뽀샵(포토샵)’,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처리로 SNS에 올리니까 진짜 얼굴이 뭐냐, 진짜 얼굴을 보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출처: 김현수 교수 강의자료 <요즘 아이들 이해하기: 모자 일체화 속에서 크는 불행한 아이들>

국내 한 학습지회사에서 알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알파세대의 특징을, 진료 때 체험한 것 있으면 10가지 알려 달라고 해서 제가 이렇게 정리해 봤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화가 나면 아리한테 이야기한대요. 아리야, 선생님한테 혼났어. 음악 좀 틀어줘 하면, 아리가 마음을 달래주는 음악을 틀어주는 거죠. 집에서 엄마한테 “나 선생님한테 혼났어.” 하면 욕이 날라오는데(웃음) 아리는 마음을 잔잔히 위로해주는 거죠.

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내 취향에 맞는 추천도 다 해주고. 요즘 아이들은 나를 아는 것에 성찰이 필요하지 않고 ‘데이터’면 됩니다. 데이터가 나를 말해주고, 제일 객관적인 것이다. 카드사 데이터, 영상 데이터, 멜론 데이터. 나를 파악하는 것은 MBTI도 다 필요없고(웃음) 데이터가 다 말해준다. 이렇게 얘기하는 아이들이 있고요.

코로나19 때문에 더 그랬는데, 할머니 보러 못 가면, 할머니한테 빨리 영상 틀라고 해라. 멀리 가서 방문하지 말고 영상으로 자주 보면 되지 않느냐. 영상 기반 미팅에 아이들은 거부감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어디 가서 기다리는 걸 이해 못하죠. 챗봇이 어디까지는 다 친절히 상담해주니까.

엄마 잔소리, 천 번 말하지 말고 유튜브에 찍어서 올려. 내가 천 번을 보면 돼. 그럼 돈도 생기고(일동 웃음) 오히려 더 여러 번 들을지도 몰라. 문자는 벌써 낡은 문화가 됐다는 거죠.

공부 안 하냐고 하면, 지금으로도 행복하다고 안 한다고 하고요. 코로나19로 학교 안 가면서 아이들은 전혀 심심하지 않아요. 보는 어른들이 힘들어서 그렇지. 아이들은 왓차나 넷플릭스 이런 거 보다가 친구와 카톡하다가 그러면서 잘 지내요. 생활리듬 깨지고 친구 못 만나는 게 좀 아쉽지, 생각보다 잘 지내요.

그리고 부모에게 뭐 자꾸 물어보지 말라고 하죠. 씨씨티비도 있고 카드 어디서 쓰는지 다 엄마한테 전송되니까 사실은 알면서 뭘 자꾸 묻느냐. 핸드폰으로 동선도 다 전송해주니까 물어볼 필요 없다. 또 동영상 기반이다 보니까 다 시각화하길 원해요. 게임중독은 이제 우스워요. 버추얼 리얼리티 이런 것들이 막 발달해서.

요즘 아이들의 자존감을 결정하는 것은 핸드폰입니다. 삼성 A시리즈를 쓰고 있다고 하면, 넌 부모한테 인정도 못 받고 신뢰도 못 받는구나…하는 거죠. 아이폰11프로를 쓰고 있다고 하면, 아이들이 자존감 높아진다는 거예요. 이 비싼 걸 엄마가 사줬다. 그럼 엄마가 사줬다는 말 안에는 난 널 믿는다, 넌 자기조절 잘한다, 그런 게 다 담겨있다는 거죠. 그러니 2G폰을 쓰고 있다고 하면, 한심한 거죠. 엄마한테 신뢰도 못 얻고 저 정도만 부모가 사주는 애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이패드, 맥 프로가 다 있다, 아이(I)를 다 갖췄다는 걸 되게 부러워해요. 거기다 집이 부자인 아이들은, 요즘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아빠가 곧 사줄 예정이라고 하면, 완벽하게 다 갖췄다. 아이들 문화가 그렇다는 거예요. 특징은 전통적인 인간관계가 강조되는 문화는 현재는 없다.

지표가 말해주는 한국 아이들의 불행

이렇게 크는 아이들의 사회문화적 배경은 어떠하냐. 한국은 전 세계 학자들이 다 알아요. 어른들은 행복하고 아동과 청소년은 불행한 나라다. 지표가 다 말해주니까.

가족규모는 계속 줄어서 1인가구가 표준이 됐어요. 서울은 1인가구가 30% 정도 돼요. 관악구는 45%가 1인가구예요. 주로 상경한 20대 1인가구가 관악구에 집중돼 있어요. 스웨덴 1인가구가 60%가까이 되죠. 스웨덴이 코로나19에 집단면역을 선택한다는 말에, 저희 이쪽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웨덴은 집단면역을 선택하는 게 자연스럽다고들 하죠. 인구의 60%가 혼자 사니까, 이게 내 문제예요. 기본적으로. 그런데 저희 아동 청소년 정신의학에서도 부모 훈육과정이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이와 관련된 농담이 있는데, 바이킹의 후손인 북유럽 사람들은 자녀가 잘못하면, 죽을 잘못을 했다고 하면 노르웨이 스웨덴 사람들은 아이가 잘못했으니 아이를 죽이라고 한대요. 유대인들은 내가 잘못 가르쳤으니 나를 죽이라고 한대요. 한국사람들은 너 죽고 나 죽자…라고 하죠.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모자일체화 때문이에요. 우리는 전혀 분리돼 있지 않아요. 모자일체화의 증거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훈육에 있어서도 부모와 자녀가 지나치게 동일시돼 있다는 거죠.

우리 1인가구 비율이 28%, 부모 모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48분. 대화하는 시간은 그보다 더 적다. 한국은 아동기부터 타임푸어(Time Poor)다. 한국사람들이 가장 빈곤한 것은 시간이에요. 또 부모와 자녀의 유대감이 위기예요. 친부모의 학대가 늘어나고 있고. 한국 부모들은 말을 했다 하면, 공부 이야기고. 학교를 마치고 혼자 있는 시간도 제일 길다. 형제자매 경험도 현저히 부족하다. 이런 지표를 보면, 건강하게 클 가능성이 낮다. 결국 어떻게 크느냐, 혼자 큰다는 거죠.

 

출처: 김현수 교수 강의자료 <요즘 아이들 이해하기: 모자 일체화 속에서 크는 불행한 아이들>

숫자로 보면 아동의 삶 만족도는 한국이 6.6이에요. 결핍은 물질적인 것은 많이 낮아졌어요. 그런데 사회관계 결핍은 크죠. 가족행사나 이벤트도 별로 없고 친구초대 기회도 없고 정기적인 여가활동에 관해서 26% 아이들이 나 이런 거 못한다고 말했다는 거고요. 아이들이 희망하는 활동과 실제활동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나는 거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여전히 아동체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거의 70%다. 인식도 큰일이다, 라는 거고.

시간부족이 심각하죠. 초등학생들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는 아이들이 70.4%예요. 부족의 원인은 학교, 친구관계 및 학교 밖 활동, 학원, 과외수업, 자기학습. 자기학습은 숙제예요. 우리가 미국보다는 부모와 자식 사이가 가깝겠지, 했는데 그것도 아니예요. 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미국, 중국, 일본, 한국 4개 나라 비교했는데, “부모님께서 나의 고민을 들어 주신다”에서 한국이 제일 안 들어줘요. 부모가 자기얘기는 많이 하는데, 아이 얘기는 안 들어준다. 막상 얘기를 꺼낸다, 그러면 한국부모들은 공부나 성적 얘기를 중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많이 한다. 입만 열었다 하면 공부 얘기다.

 

출처: 김현수 교수 강의자료 <요즘 아이들 이해하기: 모자 일체화 속에서 크는 불행한 아이들>

아동학대는 더 늘었고 가해자 중에 친부모가 76.8%, 청소년의 비만율과 우울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청소년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률이 1위, 사고가 2위, 암이 3위. 핀란드나 스웨덴은 거꾸로, 암이 1위, 사고가 2위, 자살이 3위예요. 우리도 이렇게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30대까지가 자살률이 사망원인 1위예요. 40대부터 질병이 1위를 차지하는 상태라는 거고요.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공부를 넘어서 이제 직업에 대한 고민이 더 큽니다. 우리가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감 경험률, 자살 생각률을 계속 조사했는데, 더 조사할 필요가 없을 것도 같아요. 이 추이가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높은 상태이고, 중고생끼리 비교하면 여학생이 더 우울하고요. 우리나라에서 여학생이 더 살기 힘들어요. 학술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주관적으로 말하는 것도 비슷해요. 여학생들이, 사회적인 평가를 더 많이 받아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아야 한다는 압박까지 포함해서 더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자살시도자도 여학생이 7대 3 수준으로 더 많아요. 자살에 성공하는 비율은 거꾸로인데, 자살시도는 여학생들이 훨씬 많이 하는 거죠.

(사회적 압박이 심하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는) 여학생들이 더 열심히 살아서 그래요. 여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해요. 남학생들은 중학생쯤 되면 포기하고 마음이 편해지죠. 더 올라갈 데도 없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로스쿨도 의대도 여학생들이 많죠. 더 열심히 노력하니까. 저희가 의대에서 시험을 치를 때도 여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악착 같이 한 문제라도 보는데, 남학생들은 이제 됐다…그런 애들이 훨씬 많아요.(일동 웃음) 또 여학생들이 고통을 감수성 있게 받아들여서 그렇다는 설명도 있고요.

결국 한국아이들의 현실은… 
사는 것이 어른보다 힘들고 남학생은 포기하고 여학생은 힘들게 지낸다.
사는 것이 하루하루 힘들고 앞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더 힘들 예정이다.
그리고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은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를 도무지 모른다,
라고 말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해요. 고성장 시대에 살았던 어른들과 아이들의 삶은 다르다는 걸, 어른들은 모른다. 이 시기에는 꿈을 갖기 어렵다. 낙관적이기 어렵다. 해도 될 가능성이 별로 없고. 노력은 배신한다. 속담이 잘못됐다는 거죠. 일찍 나가면 잡아 먹힌다. 미래가 있다는 건 어른들 생각이고, 미래는 없다.

코로나19로 가장 괴로운 세대는 ‘청년층’

사실 청년들이 코로나19 이후 제일 어려워요. 저희가 애초에 잘못 판단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괴롭고 죄책감이 있는데, 코로나19로 가장 괴로울 사람은 40대, 50대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40대 50대 자영업자가 자른, 해고시킨 20대들이 제일 많이 힘들었어요. 코로나19 이후 청년실업률은 증가하고 고용율은 감소했고요. 자살시도자 증가했고 자살율 증가했습니다. 카드연체율, 현금서비스 이용율과 연체율도 20대가 제일 높아요. 청년 주거빈곤층 40%가 특히 어렵고요. 상반기에 청년들이 가장 힘든 것이, 취업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 상반기에 기업들이 채용을 취소하거나 미루고, 하반기에도 채용규모를 두자릿수에서 한자릿수로 줄이거나 어학시험도 자격시험도 안 치르고 하니까 자기 인생계획이 다 망가졌다. 학자금 대출계획도 어그러지면서 다 망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K방역이 잘됐다고 하면 짜증나겠죠. 이런 상황에서 청년부터 초등학생들까지 널리 퍼져 있는 문화가 자기비하 문화입니다.

생을 이해하는 구세대와 신세대의 차이

생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구세대와 신세대가 차이가 있습니다. 구세대는 더 강해져야 한다. 위로 올라가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서 힘내, 파이팅! 내일을 위해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자,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바치자 이런 것이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나 약하다, 위로 올라갈 생각 없다, 문제 많다, 거친 세상에는 엄마가 나가라, 엄마가 그동안 잘해오지 않았느냐. 우리한테 위로는 ‘힘쓰지 마, 쉬어!’ 그런 게 위로다. 어떻게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냐, 의미가 있으면 좀 하는 거지. 나는 (가족은커녕) 나 하나도 감당하기 힘들다.

여고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관해 말한 것을 모아 놓은 것이 있는데요, 서울시에서 조사한 여고생들의 3분의 2는 이걸 안 하겠다고 해요. 이건 무엇일까요? 네, 결혼이예요. 서울 여고생들의 다수는 비혼주의예요.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많은데 그 중에 ‘누구의 삶을 보니까 결혼하지 않는 게 좋겠다’에서 그 누구는 엄마일까요, 아빠일까요? 엄마예요. 나를 키운 엄마의 삶을 보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외로움이 배고픔보다 더 큰 상처예요. 그러니까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아이가 측은해서 가자, 밥이나 사 줄게. 하면 아이들은 별로 고마워하지 않을 수도 있죠. 돈만 주는 게 좋지 쇼핑은 안 따라오는 것이 좋다고도 하고. 어떤 아이가 와서 말하길, 엄마가 옷을 사주면서 점원에게 이 옷이 질기냐고 물어봤다고 해요.(웃음) 그래서 엄마와는 다신 안 다닌다고 했다는데.

아이들은 또 집밥보다 편의점 도시락이 더 맛있다고도 하고요. 포기가 빨라서 포기에 대한 용어가 많아요. 과목별 포기, 시험별 포기, 학교 포기, 인생 포기…뭐 포기라는 용어가 발달되어 있죠. 청소년들은 백종원을 좋아해요. 가성비 높게 음식을 잘한다는 거죠. 백종원의 3천5백원짜리 도시락이 엄마가 돈 엄청 들여서 만든 밥보다 낫다. 엄마 밥은 위험하다는 애들도 많아요. 엄마밥은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는 아이들.(웃음) 어떤 아이가 맞벌이 가정인데 엄마가 장보러 자주 못 가서,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로 요리하면서 볶아 먹고 익혀 먹으면 죽지 않으니까(웃음), 먹어라 그런다. 차라리 맥도날드가 안전하다. 가장 위험한 요리사는 엄마다, 라고 하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일동 웃음)

미래에 지금 직업이 다 없어질 때를 대비하여 지금은 특별히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 그게 가장 현명한 처사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받는 건 잘하는데 주는 건 되게 어려워한다. 애완견 똥도 안 치우면서 애완견 사진은 형제사진처럼 가지고 다닌다. 이번 생애는 망했다. 초등학교 때 이미 망했다고 말하는 애들이 있고.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 정서①_멸망정서

우리한테는 없는데 아이들한테 있는 정서 중에 ‘멸망정서’라는 게 있어요. 여러분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생각을 많이들 해보셨어요? 요즘 아이들은 영화나 일본만화도 그런 것들이 많고, 코로나 같은 것도 오니까 진짜 지구멸망 후 같은 것을 생각해요. 기후운동하는 스웨덴 친구부터 시작해서, 실제 멸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죠. 멸망정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들 거다.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 정서②_고생정서

또 자기네가 너무 큰 고생하고 살았다고 생각해요. 태아시절, 영유아 시절부터 고생했다.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에 대학생보다 더 많이 공부했다. 야망이 큰 부모를 만났다고 하면 초등학교 때 이미 중학수학 고등수학까지 끝내야 하고, 초등학교 끝나면 세상에서 할 고생의 절반이상을 다 한 것처럼 느껴진 대요. 중학교 진학할 때 이미 진이 빠졌다. 근데 중학교에 와서 특목고를 못 간다고 하면, 너는 세상을 구하는 일은 끝났다, 동네나 지켜라. 그런 구박을 받으면서 부모와 싸우는 것으로 사춘기를 보내고 고등학교 들어가면 무기력하게 다니는 것도 고생인데 꿈고문을 엄청 당하죠. 아직도 꿈이 없냐, 꿈을 언제 가질 거냐, 대학교 들어가면 비싼 등록금과 취업을 위한 성적관리 때문에 대학생활이 또 전쟁이다. 그렇게 해서 졸업하면 취업자리가 없다. 50대 취업률이 20대 취업률보다 높은 사회가 말이 되느냐. 그러면서 어른이 될 수 없는 사회가 우리사회라고 말하고 있죠.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 정서③_왕부담정서

그런데 아이들이 살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부담이 너무 크다. 엄마는 왜 사는가, 자식 때문에. 자식은 엄마의 종교다. 엄마는 나한테 인생을 걸었다. 자식에게 에너지 쓰는 거 90~100% 쓰고, 자식 말고 사는 이유 있냐고 물어보면, 나(자신) 때문에 산다고 하면서 자기자신이 건강해야 아이를 잘 돌봐줄 수 있으니까, 그것 말고 없냐고 하면 자꾸 왜 물어보냐고 하면서 하나님께 영광돌리기 위해서 산다는 분들도 꽤 많으시고(일동 웃음), 친정부모 때문에 산다는 분도 꽤 많으시고, 자꾸 딴 거 없냐고 물어보면 화를 내면서 왜 자꾸 물어보냐! 그러셔서 배우자는 없느냐고 하면, 누가 배우자 때문에 사느냐 (일동 웃음), 여기 엄마들한테 다 물어봐라. 그게 언제 떨어져 나갔는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느냐.

작년에 프랑스에서 가스팔이라는 교수가 한국에 왔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한국사람들이 자식 때문에 산다는 케이스에 올라온 사유를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모두다 자식을 위해 산다고 하느냐.

한국 가정의 사회적 특징 : 어머니 중심 가정

우리는 어머니 중심 가정이예요. 더욱 더 어머니 중심 가정으로 가고 있어요. 맞벌이 가정의 다수가 친정 중심으로 생활하고요. 양육과 가사도 엄마가 지배적으로 해요. 아버지의 양육참여나 가사참여는 정말 변하지 않고 증가하지 않고 있어요. 젊은 아버지들은 좀 증가할 줄 알았는데, 아주 유의미하게 증가하진 않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어머니가 가정 안에서 가장 많이 추구하는 것은 학력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아서 엄마가 아이 데리고 학력을 추구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별로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너무나 지나친 기대와 의존 상태다.

부모가 어버이날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무엇일 것 같은지 물어봤더니 고등학생들이 전교 1등 성적표라고 답한 애들이 50%가 됐다. 그런데 부모를 기쁘게 해주지 못하니까 불효자로 산다. 그런 높은 기대치가 부모에게 있으니까 아이들이 점차 부모와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거고.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수치심 열등감을 느끼고, 중학교 때가 되면 포기하거나 외로움을 느끼고 고등학생이 되면 불안하고 사회에 나가는 거에 대한 두려움, 절망감에 빠진다.

아이들은 외로움이 가장 크고 아픔인 세대. 혼자 크고 인간관계를 가장 적게 경험한 세대. 혼자가 더 편해지고 편의점, 피시방이 중요하고. 또 함께 사는 가족도 가족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야기도 합니다.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와서는 이 분은 제 생물학적 모친입니다, 하기에 그럼 너는 정신적 모친이 따로 있느냐고 했더니. 엄마가 낳아주고 먹여주고 길러주고는 하는데 나를 모른다. 그러더니 옆에 있는 생물학적 모친에게 물어보더라고요? “이거 이거 알아?” 하니까 정말 모르시더라고요. 요즘 무슨 고민하는지. 그러더니 이 엄마도 반격을 하더라고요. “엄마가 네 고민이나 남자친구 등등 쓸 데 없는 것까지 왜 알아야 하느냐”고. 대한민국 엄마는 너의 성적, 너의 학원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 요즘 애들은 부모님들 듣기에 정말 섭섭한 이야기를 하는 애들이 있어요. 나는 가축으로 컸다. 엄마 하라는 대로 엄마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엄마 말 들으면서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다. 회사 안 가겠다. ‘사축’으로 살고 싶지 않다. 회사의 이익을 위한 가축처럼 사는 건 싫다. 이건 일본에서 나온 문화예요, 사실.

아이를 종교처럼 숭배하다 괴물이 된 부모들

마이크 아이건이라는 정신분석가가 우리나라 부모들의 특징에 대해서 “아이를 종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어요. 아이가 종교가 됐을 때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냐. 그 아이를 돌보고 숭배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이 부모의 우상이 되면 아이들은 무얼 해야 하느냐. 기적을 부모에게 보여줘야 한다. 전능감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아이를 건드리면 종교를 건드리는 거니까 죽일 듯이 싸워요. 이런 과정에서 괴물부모들이 등장하는 거죠.

괴물부모는 치맛바람하고는 좀 달라요. 치맛바람은 부모가 자녀를 잘 봐 달라고 돈을 푸는 것을 치맛바람이라고 불렀고, 이때의 부모는 자녀를 교육시킬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부모였어요. 일본에 등장한 괴물부모는 학력이 높아요. 자녀의 학벌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서 자기자녀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해달라는 교육기획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담임교체라는 부모들의 민원과 그런 것들이 있는데, 일본의 괴물부모와 거의 유사해요.

일본의 괴물부모 사례가 아사히신문에 죽 나왔는데, 가장 경미한 경우가, 아이가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울어요. 왜 우느냐고 했더니 “수학여행 사진을 받았는데 내가 나온 사진이 너무 적다. 평생 한번의 수학여행인데, 내가 아이들에게 기억에 안 남을 것 같다”고 하니까. 엄마가 다음 날 교장선생님을 만나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고 항의하면서 “수학여행을 다시 다녀와라, 내 아이의 삶을 다시 복원시켜 놓아라”라고 요구한 거죠. 부모가 자기 아이를 종교처럼 키우니까 부모 자신도 괴물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

괴물부모의 출현에 대해서 가타다 다마니라는 정신과 의사는 1)하나밖에 없는 내자식이라는 저출산 환경, 2)사회는 각자도생이라는, 누구도 연대해주지 않는다는 일본 무연사회의 고립감 3)세상은 힘 있는 자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사고방식의 영향이 있다고 말했고요.

‘모자일체화’로 무기력한 공생체가 된 아이들

그렇다면 종교로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변모할까? 부모가 기대하는 것을 생각하면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이 와서 스카이(SKY) 못 가면 어떡하나 숨을 못 쉬겠다고 하는 애들이 있어요. 살아 있는 것이 불편하고. 자신의 욕망과 부모의 욕망을 구별 못하고.

이소베 우시오라는 일본 정신과 의사가 이걸 두고 ‘모자일체화’라고 말했어요. 엄마의 욕망과 아이의 욕망이 같은데, 결국 아이의 욕망은 엄마의 욕망을 내면화 한 거다. 죽고 싶은데 죽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내가 죽으면 내 안에 있는 엄마도 같이 죽기 때문에. 그래서 무기력하게 산다. 엄마가 스스로 욕망을 거두어들일 때까지. 무기력한 공생체로 산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대로 가서 일본처럼 가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의 사이토 다마키라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가 일본은 어른이 없는 나라라고 얘기해요. 아베도 어른이 아니고, 자민당은 청소년 똘마니들 연합체다. 일본은 어른이 죽은 사회다. 이 상태가 고착화되면 아이들은 자신도 부모처럼 아이를 숭배하는 부모가 되기 싫고, 아이에게 빠지기 싫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학생들이 비혼주의로 남고 싶다고 말하고.

아버지 없는 나라의 비극

그러면서 동시에 아버지 없는 나라다. 여전히 아버지 자리가 가정에 없고. 신규로 온 아이들한테 뭐가 힘드냐, 뭐가 좋으냐, 뭐가 싫으냐, 그런 거 다 물어본 다음에 가족 얘기를 물어보거든요. 가족 얘기를 먼저 하면 싫어하니까요(웃음). 마지막으로 아빠는 무슨 일 하는지 물어보면, 아빠는 무슨 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아빠는 회사 다닌다. 근데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아빠는 회사 다니는데 엄청 부럽다. 매일 컴퓨터만 한다더라. 아침에 출근해서 시원한 건물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컴퓨터만 하다 온다더라. 아빠가 수고하는지 모르겠다. 아빠가 무슨 수고를 하느냐.

예전에는 아버지가 들에 나가서 일하는 거 보고, 방앗간에서 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 불쌍하다, 힘들겠다, 기쁘게 해드려야겠다고 했는데. 요즘 애들은, 우리 아버지는 아이폰도 있고 아이패드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에어컨 빵빵 나오는 데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사는데 아버지가 무슨 고생하는지 잘 모르겠다. 엄마도 고생하는지 잘 모르겠다. 음식도 맨날 배달시켜 먹고. 맨날 카페 가서 수다 떨고 앉았다. 아버지가 꼭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엄마는 가끔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대체적으로 큰 필요는 없다.

사실 산업역군, IT기술자, 전문직 아버지 모두 집을 뒷전으로 하고 산지는 오래 됐어요. 뒤늦게 나타나서 구원투수처럼 하려고 하는데 대부분 실패합니다. 아버지를 겪지 못한 아이는 스스로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아버지 없이 형들만 있는 나라가 되는 거죠.

“한국 저출생 문제 해법은 페미니즘에 있다”

영국 옥포드대 인구문제연구소 콜먼 교수도 그렇고 얼마전 한국에 왔던 스웨덴 교수도 그렇고 이대로 가면 한국은 그대로 끝난다. 저출생 문제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스웨덴 교수는 페미니즘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사람들이 인구문제에 페미니즘이 웬말이냐고 했는데, 좀 전에 얘기한 것처럼 엄마가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빠가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그렇습니다.

전 세계에 모자일체 나라가 5개국이 있다고 해요. 어떤 나라일까요? 중국은 아니예요. 중국은 여성의 삶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 같아요.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폴 홍콩. 공통점은 아시아에 있으면서 저출생이라는 거죠. 원래 우리보다 더 저출생이 홍콩이었어요. 홍콩 젊은이들이 미래가 없다고들 해요. 근데 홍콩을 따라잡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예요. 0.8명이에요. 한해에 전국적으로 25만명 출생 이렇게 되면, 정말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끼리만 계속 만나요. 젊은 회원은 10년만에 한 명 들어오는 거죠, 일본처럼.

은둔형 외톨이, 게임중독, 황태자 증후군, 자녀와 분리 일어나지 않고 있죠. 이 나라의 엄마들이 딸들에게 똑같이 말한 대요. 결혼하지 말아라. 왜? 결혼하면 3대를 책임지는 사람은 엄마다. 소득수준 높아지고 문화가 변해도 가정이라는 제도가 운영되는 체제는 이 다섯나라가 똑같이, 다른 제도가 운영되는 것에 비해서 현저히 변치 않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애하고 살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질문에 답변하겠습니다.

Q. 요즘 아이들을 분노조절 장애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아이들이 그렇게 분노를 조절하지 못할 때 어떤 치유방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입시제도 때문에 우리나라 아이들은 삼중고, 사중고를 겪는다. 최근 다른 나라에서 청년이슈가 큰 것은 산업구조가, 로봇이 만들고 드론이 택배를 하는 세상이 오면서 분노하는 청년들이 많고, 가족제도의 변화 때문에 분노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입시제도까지 있으니까 아이들이 분노 속에 사는데, 사회적으로 이런 분노를 분출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은 별로 갖고 있지 않다. 청소년 활동, 청년활동을 제한하고 입시제도 때문에 다 막혀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걸 전부 정신과적 질환으로 보긴 어렵다. 한국사회 아이들의 분노조절 장애가 늘었다거나 특정한 질환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통계는 아직 없고, 만약 있다면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사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청소년이나 청년에 대해서 문화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은 이런 문제를 사회병리나 질병으로 풀지 말고, 문화 안에서 아이들이 해소해 가면서 승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많이 마련하자, 이런 정책을 이야기하고, 정부나 지자체도 이런 방향에 더 호응하는 것 같다. 서양에서 가장 심각한 청소년문제 1번은 마약이고 2번은 십대 임신, 3번은 학교 안 오는 거다. 근데 우리 아이들은 다행히 아직 마약은 심각하지 않고 여학생들은 자해 문제 정도고, 학교는 아직까지는 잘 간다. 일본은 불황기에 청년범죄의 한 유형으로 묻지마 범죄가 늘어났는데, 아직 우리는 분노조절을 하지 않고 사회에 분출하는 현상이 아직은 두드러지지 않아서 열심히 예방하면 일본처럼 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Q. A라고 하는 청소년이 개인 차원에 있어서 우울증, 폭력성이 드러났을 때 상담 프로그램 같은 것이 있나.

A.극단적으로 부족하다. 제가 작년에 소년원에 근무했다. 부끄럽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소년원에 정신과의사가 근무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의 5분의 4가 정신과 진단을 받은 적이 있거나 현재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이다. 이번에 정부가 바뀌고 인권위에서 모든 소년원에 정신과 의사 고용하라고 권고했고, 2019년부터 10개 소년원의 예산이 생겼는데, 보수가 너무 적어서, 의사들이 아무도 안 간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분노조절이 안 되는 청소년들에게 분노조절 프로그램을 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의사를) 찾아가지 않는 한 그렇다. 참고로, 한국은 소년원도 입시체제로 돼 있다. 검정고시 중심으로 운영된다. 바리스타, 헤어, 제과제빵, 분장 이렇게 4개 학과가 있는데, 검정고시가 다가오면 다 중단된다. 검정고시 합격률이 소년원 운영 성적을 좌우한다. 2019년에 소년원 생긴 이래 처음으로 여성 소년원 두 곳에서 처음으로 분노조절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아이들을 위한 분노조절, 정서조절 프로그램을 학교 창의재량 시간에 한다든지 수업시간에 한다든지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만 모아서 한다든지 하는 것이 금방 될 것 같은데, 공교육 안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 행복포럼에서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위한 정서 프로그램을 학교도 하고 소년원도 하고 교도소도 하고 그룹홈도 하고 많이 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해주시면 좀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Q. 교육 현장이 어렵다면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면 어떤가.

A. 학교는 정말 진입장벽이 높고, 그 외 공공기관이나 시설들은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질문은 아니고 한 가지 짚어보고 싶은 것이, 앞서 모자일체화 사회라고 말씀하신 5개국의 경우 ‘성적이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부모들의 능력으로 더 좋은 학교에 보내겠다는 욕심이 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것이, 일로 만난 외국 분이 “왜 능력이 아니라 학벌을 보느냐”고 이야기한 일이 있었다. 결국 성적, 학벌이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사회라는 것이 아이들 불행의 원인이라고 본다.

Q. 최근에 국가들 간에 부모와 자식 양육방식이 왜 이렇게 다를까, 어떤 나라는 경쟁과 성적을 강조하고 어떤 나라 부모들은 좋아하는 것 찾아서 하라고 할까, 경제학자 두 명이 연구했는데 결론이 그 사회의 불평등이 심할수록 경쟁과 성적을 강조하더라. 두 번째 요인은 교육제도가 굉장히 서열화돼 있는 경우에 그러하더라는 결론인데. 저 다섯 나라 이야기를 봤을 때는 소득수준이 높지만 복지제도에 있어서는 굉장히 후진 나라들이다. 부모도 불안하니까 (아이에게 집착하는 것이다). 복지제도의 개입이 강력하게 들어가지 않고는, 우리는 성장하지 못하고 퇴보하는 게 아닌가 싶다.

A.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구조적으로 보면 다섯 개 나라의 공통점. 교육열, 부동산, 양극화 사회고, 학벌이 자본처럼 활용되고, 하나 다른 서양과 비교해서 가부장주의 사회다. 문명의 속도가 가장 격차가 나는 게 복지격차가 나고, 또 하나는 가부장주의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렇게 비대칭적인 것들이 모자일체화를 가속화한다. 이를 비판하는 영국/프랑스 사람들, 사실은 일본을 비판하는 것인데, 성인의 삶을 볼 때 한 인간의 성인 이후의 삶에 자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빠는 자기가 없고 회사, 국가, 이런 게 마치 자기 아내처럼. 남자들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없고 국가나 회사나 종교가 있고, 여자들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없고 자식이 있다. 각각의 성인들이 자기 삶과 자기 사랑을 찾지 않고 무엇을 위해서, 무얼 위해서 갖다 바치는 그런 삶이라는 거다. 우리가 보기에는 가장 정당한 가치를 위해서 희생하면서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희생만 있고 근대적 주체로서 자기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Q. 오늘 들으면서 과거의 세대가 지금의 세대가 공통점이 많다는 우리 세대나 지금 세대가 아픔이나 이런 것들이 같은데, 다만 그 표현형태가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요즘 아이들 이야기라고 해서 요즘 아이들이 별난 것처럼 이야기하기보다, 그 전 세대와 같은 문제도 있고 지금 세대만의 문제도 있고, 이렇게 접근했으면 한다.

Q. 예전하고 지금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예전에도 자살충동이 있었지만 비율적으로 많이 늘었고.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한테 어떤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바뀔 것인가. 어른이 만든 사회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 어른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해결책을 보시는지 궁금하다.

A.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른들이 무얼 해줬으면 좋겠느냐고. 2018년도에 자해하는 80명의 여고생에게 물었더니, 5개가 나왔어요. 1등은 이해였고, 다음은 의미, 도움, 격려, 존중(다양성)이었다. 결론은 무얼 해줄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럼 또 부담이 생긴다. 우리가 뭔가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 뭘 해줄까를 생각하는데, 그냥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기만 하면 된다. 이 이야기를 80명의 부모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드렸더니 한 어머니가 막 웃으시면서 “아이들이 아주 어려운 걸 바라는 건 아니었다. 돈 드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느낀 것이 50대 이상의 부모들이 무얼 해준다 도와준다 하는 것의 기반을 상당히 물질적인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상당히 물질주의적이다, 하는 생각을 했다. 또 이 항목 중에서 ‘이해’도 완전히 이해하는 건 싫다고 한다. 조금만 이해해 달라. 그리고 자기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의미를 못 찾겠는데 의미를 같이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먹고 사는 것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외동이니까 엄마 아빠가 벌어놓은 아파트 한 채만으로도 나는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들 많다.(웃음) 정리하면, 우리가 뭘 해준다는 출발점이 아니라 아이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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