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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개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행복했던 날은 언제였을까. 대한민국 어떤 지역에 사는 사람이 제일 행복감을 느끼고 있으며, 국가적인 이벤트는 국민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답 없는 질문처럼 여겨지는 이들 문제를 깊숙하게 파고든 보고서가 나왔다. 제목은 ‘대한민국 행복 리포트 2019: ABOUT H’(21세기북스).

지난 7월 10일 국민총행복전환포럼에서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교수를 초빙해  ‘대한민국 행복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7년 9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그동안 150만명 넘는 한국인이 참여했고, 이를 통해 300만건 넘는 데이터가 쌓였다. 조사는 카카오에서 만든 온라인 플랫폼 ‘마음날씨’를 통해 진행됐는데, 이용자들은 언제든지 이 플랫폼에 접속해 자신의 기분을 입력했다. 한국인이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안녕지수’(이하 10점 만점)라는 이름으로 계량화돼 차곡차곡 쌓였던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용자 104만여명이 입력한 데이터 227만여건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필진은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인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 8명. 이들은 9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초·최대 규모의 대국민 행복 연구 프로젝트”라며 프로젝트 결과를 설명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결과는 젊은 세대의 행복도가 낮게 나타난 점이었다. 세대에 따른 안녕지수를 보면 20대가 5.06으로 가장 낮았고 30대도 5.12에 그쳤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안녕지수가 4.98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행복한 세대는 6.03을 기록한 60대 이상이었다.

최 교수는 “세대별 조사를 보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세대별 행복도가 (10대와 50, 60대가 각각 높게 나타나는) ‘U자형’ 곡선을 그리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젊은 여성들이 한국사회에 가진 불만이나 불안이 상당하다는 걸 이번 조사는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국민들이 가장 행복했던 날은 5월 5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휴일을 포함해 3일간 이어진 ‘황금연휴’의 첫날이었다. 2위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 전날인 2월 24일이었다. 올림픽 기간 안녕지수는 5.53으로 나머지 기간의 평균값(5.28)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최 교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2차 남북 정상회담이 각각 열린 4월 27일, 5월 26일의 안녕지수는 모두 5.44로 5.3 수준이었던 회담 전날까지의 평균값보다 높았다. 반면 3차 정상회담이 열린 9월 18일 안녕지수는 5.27로 전날까지의 평균값 5.31을 밑돌았다. 필자들은 “회담 성과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9월 13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의 충격이 점수 하락의 요인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는 예상에 반하는 결과도 많이 실려 있다. 요일별 안녕지수를 살핀 내용이 대표적이다. ‘월요병’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행복도는 월요일에 낮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안녕지수가 가장 낮은 요일은 목요일이었다. 책에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업무와 학업에 매달린 사람들이 목요일이 되면 ‘번아웃(burnout‧지친 상태)’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목요병’이라는 신조어의 등장을 염려해야 하는 결과”라고 적혀 있다.

러시아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은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경기가 치러진 6월 27일 한국인의 안녕지수는 어땠을까. 이날 한국인의 안녕지수는 같은 요일 안녕지수 평균값 5.23보다 낮은 5.06에 그쳤다. 필자들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다. (독일전 승리가 안녕지수를 끌어올렸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들처럼 축구에 열광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목요일의 장벽’도 역시 컸다. 독일전 승리 덕분에 그만큼 1‧2차전 패배는 더욱 아쉬운 결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즉, 큰 기쁨만큼 큰 아쉬움도 주었다.”

지역별 안녕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5.58)이었다. 최하위 2곳은 인천(5.21)과 서울(5.25)로 나타났다. 해외 거주자의 점수가 5.47로 세종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한 결과였다.

이번 조사는 분명한 한계도 띠고 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온라인에 접속해 자신의 행복 수준을 기입한 결과인 만큼 프로젝트에 활용된 표본 구성이 엄밀하게 이뤄졌다고 보긴 힘들 듯하다. 응답자의 소득 분포 등을 감안해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최 교수는 “100만명 넘는 응답자의 답변을 추린 만큼 엄청난 ‘샘플 사이즈’가 표본 구성의 문제를 얼마간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에 관한 ‘팩트’를 수집하는 보고서를 앞으로 매년 내놓을 계획”이라며 “꾸준히 데이터가 쌓이면 한국인의 행복을 측정하는 중요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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