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개
2020년 2월 총행복포럼 | 박경 지역재단 이사장/목원대 경제학과 교수
북유럽의 포용적 복지와 혁신
일시 | 2020년 2월 12일(수) 오후 6시
장소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대회의실
제가 북유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북유럽 혁신정책을 하던 아셈이라는 분을 만나면서 였어요. (이분이) 한국에도 여러 번 왔어요. 2017년과 18년에 각종 정책 세미나와 국제 심포지엄에 오셨는데, 이 분이 말하길 북유럽이 혁신정책을 굉장히 잘한다, 한번 와서 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작년에 갔어요. 지방정부에서 중앙정부까지 아래부터 위까지 한번 쭉 훑어봤고, 관련 교수들도 많이 만나보고, 기관에 있는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말뫼도 갔다가 스톡홀름도 갔다가, 핀란드 탐페레에 들렀다가 헬싱키에 가서 국장들도 만나보고 했습니다. 혼자 갔어요. 참 좋습디다.(웃음) 하루에 서너 차례 사람도 만날 수 있고, 저는 혼자인데 상대는 서너 사람이 나오니까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고. 참 좋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균형발전위원회에도 관여하고, 우리나라 혁신정책이 어떻게 돼야 하느냐 이런 데 관심을 가지고 봐왔는데, 우리나 지역혁신 정책이 전환기에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 연말로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었어요. 세종시로 수도 옮기고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인구는 더 집중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이런 연구를 하는데 제가 거기에 관여를 하면서 정책 관련 연구도 하고 논문도 쓰고 그랬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잘 알다시피 최근 소득주도 성장이냐 혁신주도 성장이냐 하는 논쟁이 있기도 한데. 북구 같은 경우는 분배도 잘하고, 혁신도 잘한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 어떻게 북구에서 혁신과 복지가 조화돼 있는가 하는 점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혁신과 복지가 조화된 북유럽, 어떻게 가능한가
오랫동안 북구는 노동자 복지와 분배 정책을 실시하고 이것이 혁신을 유발했다, 이른바 생산적 복지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이것 덕분에 북구가 복지와 혁신을 다 가져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죠. 사실 복지와 혁신은 상충관계에 있습니다. 복지병이라는 말도 있고요. 스웨덴도 1980년대 복지국가 위기 국면에서는 굉장히 상황이 안 좋았어요. 스웨덴도 IMF 겪은 거 아시죠? 당시 파산직전까지 갔다는 이야기 들으셨죠. 그래서 80년대 복지국가 위기 이후에 북구도 시장자유주의적인 개혁을 대폭 해버렸어요.
그런데 현재 북구가 혁신을 어떻게 잘할 수 있었느냐, 하는 데 대한 논쟁과 해석이 여러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제일 많이 얘기되는 게 좀전에 말씀드린 그런 것(생산적 복지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두 번째는 거꾸로 90년대 시장자유주의로 넘어왔기 때문에 미국식 시장자유주의를 확 들여온 것이 북구의 혁신을 일으킨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다음 세 번째는 미국에서 오바마 정권이 들어섰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북구를 배우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과연 미국이 북구모델을 따라갈 수 있느냐는 대논쟁이 붙었습니다. 하버드, MIT 학자들이 다 붙어서 논쟁을 했어요. 아세모글루(Acemoglu)라는 사람은 미국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첨단 혁신을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인센티브를 주면서 몰아가야 가능하다. 북구는 미국이 앞서가니까 따라서 배워가면서 하기 때문에 선도국처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분배해서 끌어갈 수 있다. 그래서 급진적 혁신은 북구는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OECD라든지, 스티글리츠(Stigliz) 같은 사람은 좀 견해가 다르지요. 이 사람은 북구가 소위 생산적 복지라든지 적극적 노동시장 덕분이라기 보다는, 거꾸로 아주 국가 혁신정책을 설계해서 하는 것이 북구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복지를 잘하거나 교육 훈련에 중점을 두고 인재를 육성하면 복지를 하더라도 혁신까지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요즘 북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은 그것 플러스, 아주 잘 설계된 혁신정책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잘 설계된 혁신정책이 전통적인 분배정책과 어떻게 연결이 돼 있는가 하는 걸 보고자 했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4차산업혁명을 하면, 기반이 확실한 수도권이 발전하고 지방은 발전 못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격차가 많이 벌어진다는 게 일반이론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북구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장자유주의로 확 넘어갑니다. 그런데도 지방까지 골고루 잘하고 있어요. 그 메커니즘이 뭘까, 하는 것을 관심 갖고 봤습니다.
제가 이 표도 만들어봤는데, Y축이 빈곤율이고 X축이 지역격차입니다. 북유럽은 지역격차도 아주 낮고 빈곤율도 낮은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요. 미국은 빈곤율이 높고 지역격차는 적은 편, 우리는 빈곤율도 높고 지역격차도 큰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경우 북구식 모델로 갈 거냐 미국식으로 갈 거냐 하는 게 논란이 되고 있죠.
스웨덴은 어떻게 하면 강한 연구혁신 ‘환경’을 만들 거냐에 집중합니다. 스웨덴 혁신정책을 담당하는 ‘기술혁신청’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 청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여러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혁신환경을 중시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였어요.
스웨덴 기술혁신청에서 하는 대표적인 정책은 비넥스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로 치면 정부가 광역시에 있는 대학에 돈을 줘서 민관협력을 하는 제도입니다. 물론 우리도 그런 정책을 해요. 그런데 우리와는 두 가지가 다릅니다. 하나는 경쟁을 붙여요. 잘하는 놈만 줍니다. 예를 들어 스톡홀름에는 스톡홀름대학도 있고 하니까 그쪽에서 지원을 받고 싶어했어요. 근데 지원을 안 했습니다. 왜 그랬느냐.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이나 지방 혁신자금을 대줄 때 좋은 대학, 좋은 기업이 있는 곳에 지원을 해줍니다. 그런데 스웨덴은 그거 말고, 얼마나 협력이 잘되느냐. 시스템을 잘 짜와라, 그럼 돈을 주겠다. 그래서 웬만한 큰 도시는 다 자르고 말뫼 룬드 지역에 돈을 줍니다. 그리고 딱 두 지역만 줬어요. 우리는 보통 균형발전하면 다 주잖아요? 근데 딱 두 지역만 줬어요. 그러니까 스톡홀름부터 난리가 났어요.(웃음) 그리고 또 두 번째로 우리와 다른 점은, 한번 지원하면 10년을 꾸준히 지원하는 겁니다.
개방형 혁신 플랫폼의 대표 지역, 스코내(말뫼, 룬드)
스코내 지역(말뫼, 룬드)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말뫼는 조선산업이 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과 도시재생으로 유명하죠. 개방형 혁신 플랫폼 정책이 가장 잘된 곳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이 조선산업이 몰락해서 2002년에 현대가 크레인을 2달러, 3달러 주고 사왔다는 거죠. 그래서 벤처기업들이 입주해서 신산업을 일으키는 센터를 지었고 지역 전체를 친환경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각종 공공산업을 벌여서 도시재생을 하거든요.
코펜하겐 경제가 튼튼하니까 코펜하겐과 이 지역(스코내)을 묶고, 태양열, 친환경 주거단지, 풍력을 발전시켜서 세계적 환경도시로 상을 많이 탑니다. 그런데 여기가 또 망합니다. 대규모 공공산업을 벌였다가 2007~8년에 한번 더 망합니다. 우리나라는 말뫼에 가면 환경산업만 보고 오는데, 그게 아닙니다. 두 번째 망했을 때 이 사람들이 이제 우리지역은 대기업도 안 오고 아무것도 안 오는 지역이 됐다. 그러니까 새로 10년, 20년 가는 계획을 세워서 잘해보자, 해서 공공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방형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하는 위원회를 만듭니다. 지사, 대학교수, 기업체들 모여서 밤새 토론하는 거죠.
여기가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라고 하는, 뉴미디어 사업을 육성하는 곳입니다. 뉴미디어산업은 앱디자인 게임산업 같은 걸 하는 곳이죠. 신산업을 창출한 건데, 이걸 위해서 조선도크 있던 곳에 이런 건물을 짓는 거죠. 건물은 우리나라도 짓습니다. 그런데 뭐가 다르냐. 이 안에 200개 기업 젊은이들을 모아 데려다 놨어요. 그걸 관리하는 직원이 12명밖에 없어요. 그런데 12명이 기업육성을 하는데 매년 2만5천건의 미팅과 세미나를 하고, 매년 국제 컨퍼런스도 합니다. 진정한 코-크리에이션 정책. 기업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하기보다는 기업들간에 서로 미팅하고 지식을 나누고 하더라. 사진 속 한 사람이 각각 한 회사에요. 그래서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와 다르다. 그리고 금요일 아침마다 식당에 모여서 사람들이 같이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하더라.
‘촉진자’로서의 관료와 대학의 리더십
이걸 만든 시장이 사민당 소속 일마르 레팔루 시장인데, 정말 리더십이 뛰어나고 또 한 가지는 공무원들이 행정가가 아니라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을 봤고요.
이 지역에 유명한 대학이 하나 있습니다. 룬드대학인데요. 1700년대에 생겼고 학생 수가 4만2000명이고 세계 100대 대학 가운데 하나인데, 이 대학이 제약, ICT, 지구환경 분야 세계적 수준입니다. 이 대학도 예전에는 이런 걸 안하고 에릭슨과 같이 산학협력을 많이 했는데 에릭슨이 망하니까 대학도 타격이 컸죠. 그래서 각종 사이언스 파크를 만들고 대학교수들이 직접 기업에 뛰어들어서 함께 일하고. 이 대학의 목표는 연구와 혁신과 교육을 함께하는 것이다. 여기서 블루투스 같은 것도 만들었다.
핀란드도 노키아가 망한 다음에 여러가지를 했는데, 핀란드 탐페레도 대학과 기업이 함께하는 개방형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았다. 이런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핀란드 탐페레 대학 경상대 학장이 말하길, “북유럽 혁신의 비밀은 없습니다, 기술과 지식은 수입하기 쉽고 세계 어디서나 찾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지원체계는 오히려 이스라엘이 앞섰습니다. 다만 우리는 먼저 배우고 빨리 배우고 실제 적용해서 바꾸어 나가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매우 실험적이고, 온 국민이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하더라도 국가가 사회보장으로 키워줍니다.” 또한 “누구도 혼자 하지 않는다. 대학도 국가도 협력 네트워크로 한다.”
영국의 필 쿡 교수가 핀란드에 와서 왜 그렇게 혁신, 혁신하느냐고 물었을 때 이 사람이 그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복지에 95%를 쏟아부으니까 혁신에 쏟아부을 돈이 조금밖에 안 됩니다. 이 적은 돈을 가지고 진짜 할려고 하면 아둥바둥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걸로 오늘 강연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