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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사회정의 지수’ 보고서

제49호 2020년 2월 27일 발행
새 연재 ‘이상은의 행복한 여행풍경’을 시작합니다. 여행가 이상은 회원님이 길 위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금 ‘이상은과 함께’ 떠나고 싶은 분들, 모이세요!

이상은의 행복한 여행풍경
마스크 벗고 만날 날을 기다리며
2019년 10월 네팔의 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국민총행복전환 포럼에서 여행칼럼 제안을 받았다. 무얼 어떻게 써야하나. 나의 일천한 경험을 풀어놓자니 멋쩍은 마음부터 앞선다. 남들이 책상에 앉아 일할 때 나는 세상 밖에서 걷고 있었고, 열심히 적금을 붓는 대신 야곰야곰 미래의 적금을 미리 가져다 쓰고 있다는 철없는 얘기들을 써도 되는 것일까.
그런데, 뭐부터 써야한담! 대책없이 대답은 해놨는데, 어디부터 시작하나. 사진 한 장으로 짧게 써도 된다고 했잖나, 사진 한 장….!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건, 작년 10월 네팔 히말라야의 학교에 가서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들이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있는 요즘, 얼굴을 부비며 내 등에 올라타서 깔깔깔 신나하던 히말라야의 꼬맹이들이 떠오른다. 난생 처음 만났는데도 사탕 잘 사주는 이모를 따르듯 몸으로 먼저 다가오던 아이들. 좋으면 다가와서 두려움 없이 와락 안기고 36.5도 사람의 체온으로 부대끼던,  거침없이 순수했던 시간들.
오늘 당신과 나 사이의 마스크가
히말라야 산기슭보다 더 높고 더 멀다.
아이들과 함께 나도 흙 묻은 손을 탈탈 털고 사과를 웃옷에 쓱쓱 두 번 문질러 크게 아삭 베어 물었다. 서로 그 모양을 흉내내며 먹다보면 웃음 끝에 파란 하늘이, 때론 저 멀리 하얀 만년설이 설핏 걸린다. 만년설이 보이지 않고 얼굴 부비는 아이들이 곁에 없어도 당신과 함께 사과를 아삭 베어물 날이 어서 오면 좋겠다. 이왕이면 하늘도 파란 맑은 날에.

행복한 공동체                                                                                          
한국 ‘사회정의’ 수준 41개국 중 34위 
베텔스만재단 ‘2019년 사회정의 지수’ 연구결과
우리나라 사회정의수준이 OECD와 EU에 속한 41개국 가운데 34위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베텔스만재단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사회정의 지수(Social Justice Index 2019)>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대상인 41개국 평균(6.09)에 못 미치는 5.1834위를 차지했다. 지수가 처음 발표된 2009(5.05)에 비하면 진전이 있었으나 지난 10년간 한국은 계속 하위 1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총평했다.
사회정의 지수OECD와 EU 회원국의 사회정의 수준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지표로독일 베텔스만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지표(SGI, Hi_48호 관련 기사 보러가기)’에 근거한 양적 평가와 100여 명의 전문가그룹이 실시한 질적 평가를 합산해 최종 산출한다지수를 구성하는 항목은 빈곤예방, 교육기회, 노동시장 접근성, 사회적 포용과 차별금지, 세대간 공평성, 건강 등 크게 6개 부문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교육기회 부문이 5.61(21), ‘노동시장 접근성 7.18(19), ‘세대간 공평성 5.67(16)로 조사대상국 평균을 웃돌았으나, ‘건강 부문이 5.59 28위에 머물렀고 빈곤예방’(3.10, 38) 사회적 포용/차별금지’(4.28, 40) 부문은 꼴찌에 가까웠다 또한 2018년(5.09)보다는 수치가 조금 올랐으나 2015년(5.21)이나 2016년(5.23)보다는 오히려 떨어져, 소위 ‘민주당 정권’에서도 사회정의와 관련해 눈에 띄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사회정의 지수 한국 조사결과. 출처 SGI 네트워크 홈페이지(sgi-network.org
R&D 지출은 세계 최고, 기후변화 대응은 세계 꼴찌
보고서는 한국이 세대간 공평성부문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16)를 받은 이유로 ‘R&D 지출 증가를 꼽았다. 우리나라 정부의 R&D 지출은 GDP의 0.98%로 이번 조사대상국 가운데 1위였고, 민간부문 R&D 지출은 GDP3.57%로 조사대상국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국 전문가들은 한국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와 특허를 생산하는 대학과 연구소 등 훌륭한 연구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시장의 과점구조가 혁신을 방해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정으로 광범한 세대간 공평성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은재생가능한 에너지 소비항목에서 41, 1인당 생태발자국 39, 1인당 온실가스배출량 34위 등 이 분야에서 특히 약점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차별과 불평등, 10년 동안 변함없이 심각  
꼴찌인 헝가리에 이어 40위를 차지한 사회적 포용력과 차별 금지부문과 관련해, 보고서는 “(조사가 처음 시작된) 10년 전부터 한국이 가장 큰 점수손실을 보이는 분야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17%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낮고, 장기적인 사회결속에 필수적인 소득불평등(지니계수 34)도 여전히 높다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은 여성, 이민자, LGBT 국민, 탈북자들에 대한 차별이 주요 문제로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빈곤예방분야에선 노인빈곤 문제가 부각됐다. 보고서는 한국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 둘 중 한 명(43%)이 빈곤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회정의수준 높은 북유럽 국가들
이번 연구에서 사회정의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7.9)였고, 이어 노르웨이(7.68), 덴마크(7.67), 핀란드(7.24), 스웨덴(6.98)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했다매년 UN이 발간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 가장 행복한 나라 최상위에 랭크되는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정의 지수’ 역시 최상위라는 점에서, 사회정의가 행복의 필수요건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우리사회의 차별과 배제, 불평등이 서구 선진국은 물론 멕시코와 칠레, 터키, 일본 같은 남미와 아시아 국가들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매년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가장 주요한 문제”로 꼽히면서도 10년째 제자리걸음인 사회적 포용력과 차별 금지’ 부문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의 ‘사회정의’ 수준은 앞으로도 하위 10위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사 맨 위 사진 출처 pixabay.com
*’2019년 사회정의 지수 보고서’ 원문은여기를 클릭하면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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