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펴낸 <2019 자살예방백서>(이하 백서)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 통계’를 토대로 자살 고위험국 한국의 현실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2018년 자살률이 급등하면서 ‘OECD 자살률 1위국’의 불명예를 다시금 안게 된 상황을 짚어본 1회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 지역별 자살률 현황을 알아본다.
우리나라에서 연령표준화 자살률(집단별 인구를 표준화해 10만 명당 자살자수를 산출한 결과, 이하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충청남도,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시로 나타났다. 자살률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제주도, 가장 크게 감소한 지역은 세종시였다.
백서에 따르면 2017년 자살률은 충남이 26.2명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전북(23.7명), 충북(23.2명), 강원(23.0명) 순이었다. 전국 평균 자살률인 20.7명보다 높은 지역은 부산(22.4명), 대구(21.3명), 인천(21.0명), 울산(22.3명), 강원(23.0명), 충북(23.2명), 충남(26.2명), 전북(23.7명), 경북(21.3명), 경남(21.1명), 제주(22.9명) 등 11개 시도였다. 대부분 지역의 자살률이 20명 이상인 가운데, 서울(18.1명)과 세종(16.6명)만 10명대를 기록했다.
2016년보다 2017년 자살률이 높아진 지역은 제주(+1.9명), 전북(+1.2명), 대구(+1.0명), 울산(+0.4명), 충남(+0.2명) 등 5개 광역시였다. 특히 제주는 9%나 급등했고, 전북(5.3%)과 대구(4.9%)의 증가율도 높았다. 반면 세종은 6.6명이 줄어 가장 높은 감소율(-28.4%)을 보였다. 충북(-15.6%), 전남(-15.5%), 대전(-11.1%), 경남(-11.0%)도 감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별 자살률이 올해 4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지역별 행복도 조사결과와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조사에선 가장 행복한 도시로 세종시가 꼽혔고, 자살률이 높은 전북(15)과 충북(16위), 대구(12위)의 행복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종시의 자살률이 가장 낮고, 빠르게 감소한 점에 주목해 자살률을 낮추는 ‘지역 생활환경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종시는 합계출산율이
1.57명(2018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증가한 지역이다. 유치원 59곳 가운데 56곳이 국공립으로 전국에서 국공립유치원 비중(94.9%)로 가장 높고,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48.7%, 2018년 12월 기준, KB부동산 리브온 조사결과)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독거노인가구 비율(3.9%, 2017년 기준, 통계청)이 전국에서 가장 낮고, 인구 천 명당 도시공원조성 면적(2017년 기준)은 84만 1,000㎡로 서울(8만1,000㎡)과 부산(6만6,000㎡),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다. 지표를 종합해보면, 주거환경이 안정적이며 공원과 녹지가 많고, 보육시설이 잘 돼 있고 외로운 노인들이 적은 것이 세종시가 전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고 출산율은 가장 높은, 행복한 도시가 된 비결인 셈이다.
*지난주 뉴스레터 발송 이후 통계청에서 2018년 자살률을 집계해 발표했습니다. 이를 반영해 업데이트한 기사는 아래 버튼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